신박한 예대 과제 (+ 어리바리 이슈…)

나는 반수에 반수에 반수를 겪고 겨우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였다. 그토록 원하던 대학에 왔으니 해피한 일상만 가득하겠지~ 했던 나는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바로 예대의 과제량은 엄청나다는 것… 전적 대학에서도 시험 기간에 밥 먹듯 야작하던 건 기본이었기에 금방 적응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이곳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디지털 작업 위주로 했었기에 프린트를 하거나 칼질을 하는 것은 정말 익숙치 않았다. 이 말은 즉슨, 이 학교에서는 아날로그 작업을 엄청나게 해야 했다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 사진 50장을 찍어서 자기소개 발표를 한다거나, 이면지와 보드를 일정한 크기로 칼질하여 붙여야 한다거나, 짝을 지어서 도화지에 짝의 초상화를 그린다거나 하는 작업이 많았다. 내 손으로 실제로 보이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그만큼 필요한 준비물이 많았고, 프린트기 같은 자주 사용해보지 못한 것들에 익숙치 않다 보니 어려움도 꽤 많았다.

이번에 진행한 프로젝트 또한 초반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정말 신박했던 프로젝트여서 글로 남겨보려 한다. 이 프로젝트는 서론에서 말했던 자기소개 발표와 연관이 있었다. 사진 50장 중 16장을 골라서 흑백으로 바꾼 다음, 각 사진에서 원하는 부분을 정사각형으로 크롭하고, 16개의 정사각형 크롭본과 연결하여 4*4 비율과 1*16 비율로 어떠한 패턴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였다. 이런 걸 전혀 해보지 않았기에 처음에는 50장 중에서 16개의 사진을 고르는 것부터 정말 막막했고, 골라냈다 해도 이 사진들을 어떻게 배치해야 특정 패턴이 그려질지 구상하는 것도 꽤나 골치아팠다.

사진 50장이라는 압박감이 거의 뭐 이런 느낌이었다. 찍을 때는 그냥저냥 보이는 거 아무거나 찍었는데, 다 모아보니 그 개수가 상당하더라… 일단 사진 50장을 모조리 흑백으로 바꿔서 일러스트에 옮겨 보았다. 그중에서 원형의 사물이 포함된 사진이 많아보여서 첫 번째 도안은 ‘곡선’을 주제로 사진 16장을 선정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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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완성한 첫 번째 도안. (왜 4*4를 16*16으로 썼을까…) 1*16 비율을 먼저 구상하고 그후에 4*4 비율을 구상하였다. 1*16은 일자 형태여서 나름 쉽게 완성했던 것 같다. 위아래로 구불거리는 느낌을 표현하여 운동감이 느껴지도록 구상해 보았다. 4*4는 클로버 모양, 하트 모양, 블랙홀 모양 등 생각을 해보다가 곡선과 대비되는 직선도 사용하여서 구불구불과는 또다른 재미를 주려고 하였다. 특히 A안의 1*16은 과 동기에게 호평을 받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B안보다 재미있는 요소도 많고 유니크한 것 같아서 A안으로 계속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어떠한 이유로 이 기획을 갈아엎게 된다… 이 비참한 상황의 진실은 뒤에 계속!

B안은 명도를 주제로 하여 구성해 보았다. 이 프로젝트에 있어서 가장 무난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제 두 비율의 차이를 곁들인. 4*4는 검은 요소가 점점 가득 차는 듯한 연출을 표현하였다면 1*16은 그 사진 자체의 색이 어두워지는 느낌으로 구성해보았다. 1*16보단 4*4가 명도가 낮아지는 그라데이션이 더 잘 보이기도 하고 검은 요소가 추가된다는 게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지금 보니까 좀 평범한 거 같아서, 가운데부터 명도 차이가 나타나게 바꿀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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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안을 만들고 나서 A안을 최종 프로젝트 완성본으로 만드려고 했으나, 앞서 말했던 어리바리 이슈로 기획을 갈아엎게 된다. 바로 두 비율에 사용된 크롭본이 둘 다 똑같아야 된다는 것이다. 나는 그걸 두 번째 피드백 시간 때, 뒷자리 학생분도 나처럼 사진을 다르게 사용하셔서 난감해 하시는 걸 듣고 알게 되었다. 아직 피드백을 받지 않았기에 빠르게 A안 4*4를 눈물을 머금고 뒤엎게 되었다. 열심히 액자 연출이라는 꿀잼 작품을 만들어 냈지만 어쨌든 나도 점수를 잘 받아야 하는 한낱 학생이었기 때문에… 급하게 바꾸게 되었다. 하지만 아주 마음에 들게 나왔기 때문에 따로 나의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긍정적 사고 회로! (아우울해)